2026년 9월 23일 금 시세 일간 분석입니다. 오늘 금 시장은 두 개의 큰 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 미국 중앙은행) 인사들이 잇달아 추가 금리 인상을 언급하며 금값을 눌렀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제안으로 유가가 급락하며 반대편에서 금을 받쳤습니다.
오늘의 금시장 한눈에 보기
위 표는 전날 오후 3시와 오늘 오후 3시(한국 시간) 가격을 비교한 것입니다. 달러가 소폭 강해졌는데도 금은 0.4% 올랐고, 은은 1.5% 오르며 금보다 힘이 셌습니다. 다만 금값은 오후 4시에 4,359.80달러로 밀리며 오른 폭의 대부분을 되돌렸습니다.
연준 인사들의 잇단 매파 발언, 금값 상단을 누르다
오늘 금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연준이었습니다. 연준은 지난 9월 16~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려 3.75~4.00%로 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들어 연준 인사들이 "이번이 끝이 아닐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연달아 내놓았습니다. 매파(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선호하는 쪽) 발언이 한꺼번에 쏟아진 셈입니다.
리치먼드 연은의 토머스 바킨 총재는 "물가 위험이 고용 위험보다 크다"며, 물가를 끌어올린 충격이 사라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스턴 연은의 수전 콜린스 총재는 지난주 인상을 지지하면서 올해 한 차례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알베르토 무살렘 총재 역시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금에게 금리 인상이 부담인 이유는 금이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97%, 물가를 뺀 실질금리(실제로 손에 남는 이자율)는 2.64% 수준입니다. 은행 예금처럼 안전한 자산에서 이 정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이자가 없는 금을 들고 있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포기해야 하는 이익)이 그만큼 커집니다.
그럼에도 금값이 크게 무너지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장은 이미 10월 27~28일 회의에서 추가 인상이 나올 확률을 53%, 연말까지 한 차례 이상 인상될 확률을 90% 안팎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악재라기보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다시 확인한 쪽에 가까웠다는 뜻입니다. 앞으로는 새로 발표될 물가 지표와 고용 지표가 10월 인상 확률을 끌어올릴지, 끌어내릴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재개방 제안, 유가 4% 급락
두 번째 큰 뉴스는 중동에서 나왔습니다. 이란이 미국이 압박을 완화한다면 7일 안에 호르무즈 해협(중동 원유가 세계로 나가는 핵심 바닷길)을 다시 열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조건은 이란 항구에 대한 미국의 해상 봉쇄를 끝내는 조치와 해협 내 군사 작전 중단입니다.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기간에 중재국과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습니다.
원유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WTI 원유는 전날 오후 3시 배럴당 93.46달러에서 오늘 같은 시각 89.34달러로 4.4% 급락했습니다. 국제 기준 유가인 브렌트유도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원유가 막힐 수 있다는 걱정이 줄어들면서, 그동안 유가에 붙어 있던 위험 프리미엄이 빠르게 빠진 것입니다.
유가 급락이 금에 미치는 두 갈래 경로
유가 하락은 금에게 양날의 칼입니다. 한편으로는 물가 걱정이 줄면서 인플레이션 헤지(물가 상승에 대비해 가치를 지키려는 투자) 목적의 금 수요가 약해집니다. 중동 긴장이 풀리면 안전자산으로서 금을 찾는 이유도 줄어듭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가가 내려가면 연준이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이유가 약해지는데, 이는 이자가 없는 금에 숨통을 틔워 줍니다. 오늘은 후자의 힘이 조금 더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란의 제안은 아직 조건부 제안일 뿐, 실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협상이 틀어지면 유가가 다시 튀어 오를 수 있고, 금값도 그에 따라 흔들릴 수 있습니다. 유엔 총회 기간 중 미국과 이란이 어떤 신호를 주고받는지가 이번 주 원유와 금 시장 모두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동쪽의 실물 수요와 ETF 자금, 금값 하단을 받치다
월스트리트가 연준의 금리 경로에 집중하는 동안, 금 시장의 다른 한쪽에서는 실물 수요가 조용히 쌓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8월에만 금 1,000톤 이상을 수입하며 1,588억 달러를 썼습니다. 2025년 한 해 전체 수입량 866톤, 지출액 965억 달러를 이미 크게 넘어선 규모입니다. 지출액으로만 보면 작년 전체보다 65% 가까이 많습니다.
금 ETF(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파는 금 투자 상품)로도 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전 세계 금 ETF에 180억 달러가 순유입됐고, 보유량은 사상 최대인 4,189톤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북미 금 ETF 순유입은 7월 7,100만 달러에서 8월 77억 달러로 한 달 만에 100배 넘게 불어났습니다. 금값이 고점에서 내려온 구간을 기회로 본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런 흐름은 금값이 크게 밀릴 때마다 아래를 받쳐 주는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 금값이 연준의 매파 발언에도 4,300달러대 초반의 30일 저점(4,313.20달러)까지 밀리지 않고 버틴 배경 중 하나입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금광주 ETF가 오늘 3.6% 오른 것도 금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 심리가 완전히 식지는 않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오늘의 뉴스, 종합하면
오늘 시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금리는 금을 누르고, 유가와 실물 수요는 금을 받쳤다"입니다. 연준 인사들의 매파 발언은 금의 상단을 막는 힘이었습니다. 반면 이란발 유가 급락은 추가 긴축 부담을 덜어 주는 쪽으로, 중국과 ETF의 대규모 금 확보는 가격 하단을 받치는 쪽으로 작용했습니다. 세 힘이 엇비슷하게 맞서면서 금은 0.4%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은이 금보다 강했던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은은 1.5% 올라 금 가격을 은 가격으로 나눈 금은비가 65.5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한편 주식 시장은 차분했습니다. VIX(시장의 불안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는 14.14로 낮게 유지됐고, S&P 500도 7,764.64로 사실상 제자리였습니다. 시장 전반에 큰 공포가 없는 상태라, 안전자산 수요만으로 금값이 크게 오르기는 어려운 환경입니다.
오늘의 뉴스 한줄 요약
국내 금, 왜 이렇게 움직였나?
한국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은 크게 세 가지가 겹쳐서 정해집니다. 국제 금값(달러 기준), 원/달러 환율, 그리고 국내 수급에 따라 붙거나 빠지는 웃돈(프리미엄)입니다. 공식으로 쓰면 "국내 금값 = 국제 금값 × 환율 + 프리미엄"입니다. 오늘은 국제 금값이 오르고 환율이 조금 내리면서 두 힘이 서로 일부를 상쇄했습니다.
먼저 국제 금값은 0.35% 올라 국내 금값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했습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오후 3시 1,356.58원에서 오늘 같은 시각 1,354.28원으로 소폭 내렸습니다. 원화가 조금 강해지면 같은 달러 금값이라도 원화로 환산한 값이 작아지므로, 국제 금값 상승분 중 절반가량이 환율에 상쇄됐습니다.
프리미엄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국제 금값 4,372.70달러를 오늘 환율로 환산하면 g당 190,392원인데, 실제 국내 시세는 189,500원입니다. g당 892원, 비율로 0.47% 국제 시세보다 싼 디스카운트(할인) 상태로, 전날 같은 시각의 0.49%와 거의 같습니다. 국내 금값이 30일 고점 208,300원에서 9% 넘게 조정을 받은 뒤, 국내에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금을 찾는 수요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습입니다.
한 가지 참고할 점은 국내 금 시장이 문을 닫은 뒤의 환율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오후 5시 무렵 1,365원대까지 올랐습니다. 원화 약세는 국내 금값을 받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어,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내일 국내 금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의 핵심 정리
- 연준 매파 발언이 금의 상단을 막았다: 바킨·콜린스·무살렘 총재가 잇달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 4.97%, 실질금리 2.64%로 금 보유 기회비용이 높은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 유가 급락이 반대편에서 금을 받쳤다: 이란의 조건부 호르무즈 재개방 제안에 WTI가 4.4% 급락하며 물가 부담과 추가 긴축 우려가 함께 누그러졌습니다. 금 선물은 0.4% 오른 4,372.7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 국내 금은 환율에 상승폭이 절반으로 줄었다: 국제 금 +0.35%에 원화 강세 -0.17%가 겹쳐 국내 금 현물은 0.2% 오른 189,500원이 됐습니다. 국제 시세 대비 0.47% 할인 상태는 그대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연준 인사들이 추가 금리 인상을 언급했는데 금값은 왜 크게 떨어지지 않았나요?
추가 인상 가능성이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10월 회의 추가 인상 확률을 53%, 연내 한 차례 이상 인상 확률을 90% 안팎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유가 급락과 금 ETF 자금 유입이 하단을 받치면서 금값은 오히려 소폭 올랐습니다.
유가가 떨어지면 금값에는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두 방향의 힘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유가 하락은 물가 걱정을 줄여 인플레이션 대비용 금 수요를 약하게 만드는 반면,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이유도 약하게 만들어 이자가 없는 금의 부담을 덜어 줍니다. 오늘은 두 힘이 비슷하게 맞서며 금값이 0.4%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조금 싼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내 실물 수요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제 금값을 오늘 환율로 환산하면 g당 190,392원인데 국내 시세는 189,500원으로 892원 낮습니다. 국내 금값이 8월 고점 이후 9% 넘게 내려온 뒤로 웃돈이 붙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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