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둘째 주(3/9~3/15), 금 시장에 역설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란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중동 긴장은 오히려 고조되었는데 금 가격은 2주 연속 하락한 것입니다. 달러 지수가 심리적 벽인 100을 돌파하고, WTI 원유는 한때 $111까지 치솟았다가 $85로 급락하는 등 시장 전체가 요동쳤습니다. 이번 주 어떤 힘이 금을 눌렀고, 앞으로 어떤 흐름이 이어질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주 금시장 한눈에 보기
먼저 이번 주 주요 자산의 가격 흐름을 정리했습니다.
출처: COMEX 선물(금/은/WTI), ICE(달러 지수), KRX 금시장(국내 금), 한국금거래소(국내 은), 2026년 3월 14일 종가 기준
한마디로, 국제 금은 빠졌지만 국내 금은 원화 약세 덕분에 오히려 올랐습니다. 그리고 원유만 한때 $111을 찍고 $85까지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이번 주 자산별 변동률
전쟁 중인데 금이 왜 밀렸나: 2주 연속 하락의 비밀
이번 주 가장 큰 의문은 이것입니다. 전쟁이 한창인데 안전자산인 금이 왜 떨어질까?
이란과의 전쟁은 3월 초에 시작된 이후 2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3월 4일부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고 선언했고,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지나가는 이 핵심 수송로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UAE까지 분쟁에 참여하면서 중동 긴장은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그런데 금은 전쟁 첫 주에 사상 최고치인 $5,394를 찍은 뒤로 오히려 내려오고 있습니다. CNBC는 "왜 이란 분쟁 이후 금이 움직이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을 정도입니다. 그 이유는 의외로 "기름값" 때문입니다.
유가 상승이 금을 누르는 경로
쉽게 말해, 전쟁이 기름값을 올리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미국 중앙은행 연준 (Fed)이 금리를 낮추기 어려워집니다. 금리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가 강하면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 금이 상대적으로 비싸져서 수요가 줄어듭니다.
여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높은 자산 중 하나입니다. 시장이 급변할 때 투자자들은 급히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팔 수 있는 것"부터 팝니다. 금이 나쁜 자산이라서가 아니라, 쉽게 팔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에 오히려 환금 대상이 되는 역설적 상황입니다.
다만 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습니다. J.P. Morgan은 연말 금 가격을 온스당 $6,300으로, Deutsche Bank는 $6,000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이어지는 한, 현재의 조정은 일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달러 지수 100 돌파, 심리적 벽을 넘다
금요일(3/14), 달러 지수 DXY (미국 달러의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100.53을 기록하며 100선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2주 연속 상승이자,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100이라는 숫자가 왜 중요할까요?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3,000"이나 "다우 30,000"처럼, 달러 지수 100은 시장 참가자들이 심리적으로 주목하는 기준점입니다. 이 선을 넘으면 "달러가 본격적으로 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추가 달러 수요가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달러가 강해진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안전자산 수요입니다. 중동 전쟁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미국 달러로 자금을 옮겼습니다. 이번 주 미국 10년 국채 금리도 4.29%로 3.7% 상승하며 달러 자산의 매력이 높아졌습니다.
둘째, 금리 인하 기대 후퇴입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50~3.75%이며, CME그룹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의 95.6%가 3월 회의에서 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금리 인하는 빠르면 9월로 미뤄진 상황입니다. 금리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달러 예금이나 채권의 수익이 높아지므로,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다만 세계금협회 WGC (World Gold Council)는 "달러 강세는 일시적이며,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 추세가 재개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와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적으로 달러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유가 롤러코스터: $111에서 $85까지
이번 주 원유시장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월요일(3/9), WTI 원유는 장중 $111.24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주 $90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뛴 것인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반영된 가격입니다. $100을 순식간에 넘어서면서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인 화요일(3/10), 원유 가격은 $85까지 급락했습니다. 하루 만에 23% 넘게 떨어진 것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통행에는 아직 큰 차질이 없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과도한 공포"가 걷힌 탓입니다.
이후 목요일까지 $93로 회복한 뒤, 주말에는 $98.71로 마감했습니다. 월요일 시초가인 $98과 거의 같은 수준이지만, 그 사이에 $111과 $85를 오간 셈입니다.
유가 변동성이 금에 주는 의미는 복합적입니다. 유가가 $90~100 수준에서 머무르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를 늦추는 요인이 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Macquarie는 이번 유가 급등을 두고 "인플레이션 쇼크"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반대로, 유가가 너무 오르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져서 결국 연준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금에는 오히려 호재입니다. 지금은 그 '티핑 포인트'(전환점)가 어디인지 시장이 탐색하는 단계로 보입니다.
레이 달리오 "금은 가장 안전한 돈"
헤지펀드계의 전설인 레이 달리오가 이번 주 다시 한번 금의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달리오는 포트폴리오의 10~15%를 금에 배분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미국 증시의 "심장마비"(급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올해 초 두바이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금을 "가장 안전한 돈"이라고 불렀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비트코인에 대한 그의 발언입니다.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부르지만, 달리오는 "금은 하나뿐"이라며 이를 공개적으로 부정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번 주 비트코인은 6.7% 상승해 $71,799를 기록하며 금보다 나은 성과를 보였지만, 달리오는 금의 수천 년 역사와 안정성이 대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달리오의 경고 배경에는 "자본 전쟁"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화폐와 자본 흐름 자체가 지정학적 무기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어느 나라의 화폐에도 종속되지 않는 금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는 논리입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달리오의 10~15% 비중 권고는 참고할 만합니다. 다만 이는 장기적 포트폴리오 배분 관점이지, 지금 당장 금을 더 담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번 주 뉴스, 종합하면
이번 주 뉴스를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전쟁이 유가를 밀어 올리고, 유가가 달러를 밀어 올리고, 달러가 금을 눌렀다."
강세 요인(전쟁, 안전자산 수요, 달리오 발언)과 약세 요인(달러 강세, 금리 인하 지연)이 동시에 작용한 한 주였는데, 이번 주에는 약세 요인의 힘이 조금 더 셌습니다. 금광주 ETF인 GDX가 6.1%나 급락한 것은 투자자들의 단기 심리가 상당히 위축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금의 기본 체력은 여전히 탄탄합니다. $5,000 위에서 조정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1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가격대입니다.
이번 주 강세·약세 요인 대비
이번 주 뉴스 한줄 요약
국내 금, 왜 이렇게 움직였나?
이번 주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국내 금 가격입니다. 국제 금이 약세인데, 국내 금은 오히려 올랐습니다.
한국에서 금 가격은 간단한 공식으로 결정됩니다. 국제 금 가격(달러) x 원달러 환율 ÷ 31.1035(온스→그램 변환) + 프리미엄입니다.
핵심은 환율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494원까지 올라(원화 약세) 국제 금 하락분을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쉽게 말해, 국제 금이 달러 기준으로 빠져도 원화가 더 많이 약해지면 한국에서 금을 팔 때 받는 원화 금액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이번 주가 정확히 그런 경우입니다. 국제 금은 1.9% 하락했지만, 환율이 1.6% 상승해 대부분을 상쇄했고, 국내 프리미엄이 소폭 양(+)을 유지하면서 최종적으로 국내 금은 0.9% 상승했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금은 환율 방어 효과까지 제공하는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합니다.
은 시장 분석: BofA의 $309 전망과 현실
은 가격은 이번 주 $89.22까지 올랐다가 $79.45까지 급락하는 등 금보다 더 큰 변동을 보였습니다. 주말 종가는 $81.34로, 주초 대비 3.9% 하락했습니다.
가격이 출렁거리는 와중에 주목할 뉴스가 나왔습니다. Bank of America(BofA)의 금속 리서치 책임자 마이클 위드머가 2026년 은 가격이 $135에서 $309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한 것입니다.
이 전망의 근거는 금-은 비율 (금 가격 ÷ 은 가격)입니다. 역사적으로 이 비율이 극단적으로 낮아진 시기가 있었는데, 2011년 최저 32:1을 적용하면 은 $135, 1980년 헌트 형제의 은 투기 당시 14:1을 적용하면 $309가 됩니다.
공급 측면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은 시장은 6년째 구조적 공급 부족 상태이며, 2021년 이후 누적 적자가 8억 2,000만 온스를 넘어섰습니다.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의 산업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새 광산 개발에는 7~15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 금-은 비율은 약 62:1 수준으로, 32:1이나 14:1까지 줄어들려면 상당한 시간과 특수한 상황이 필요합니다. $309는 극단적 시나리오에 가깝고, $135 수준이 좀 더 현실적인 상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은은 금의 10분의 1 크기 시장이라 변동성이 훨씬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번 주 핵심 요약: 전망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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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금을 올리는 단순한 공식은 끝났습니다. 유가 폭등 → 달러 강세 경로가 금의 안전자산 프리미엄을 상쇄하고 있습니다. 향후 금 방향은 "전쟁이 끝나느냐"보다 "달러가 얼마나 강해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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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100은 경계 구간입니다. 이 수준이 유지되면 금에 추가 하방 압력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달러가 100 아래로 되돌아오면 금 반등의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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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90~100 구간은 '양날의 검'입니다. 금에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를 불러오면서도, 동시에 금리 인하를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유가가 $100을 안정적으로 넘어서면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어 오히려 금에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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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 투자자에게 환율은 우군입니다. 원화 약세(원달러 1,494원)가 국제 금 하락을 상쇄해 주고 있습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한, 국내 금의 하방 리스크가 일부 완충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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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관전 포인트: 연준 회의. 3월 연준 회의 결과와 점도표 업데이트가 금 방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금리 동결이 예상되지만, 연준의 어조 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전쟁 중인데 금이 왜 떨어지나요?
전쟁 초반에는 안전자산 수요로 금이 급등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다른 메커니즘이 작동합니다. 이번에는 유가 폭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퍼졌고, 이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금에 하락 압력을 주고 있습니다. 1990년 걸프전 당시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 바 있습니다.
달러 지수 100이 금 가격에 왜 중요한가요?
금은 국제적으로 달러로 거래되므로, 달러가 강해지면 유럽이나 아시아 투자자에게 금이 더 비싸집니다. 이는 수요를 줄이는 요인입니다. 100은 시장에서 오랫동안 주목해온 심리적 기준선으로, 이를 돌파하면 추가적인 달러 수요가 이어지면서 금에 대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금도 오르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금의 가치 보존 매력을 높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반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번 주가 정확히 그 사례입니다. 유가 급등 → 인플레이션 우려 → 금리 인하 지연 → 달러 강세 → 금 약세라는 경로가 작동했습니다.
BofA가 은 $309를 전망하는 이유는?
BofA의 $309 전망은 1980년 금-은 비율의 역사적 최저치(14:1)를 현재 금 가격에 적용한 극단적 시나리오입니다. 6년째 이어지는 공급 부족과 태양광·전기차의 산업 수요 증가가 근거이지만, 현실적으로 32:1 비율 기반의 $135가 더 합리적인 상단으로 평가됩니다.
국내 금은 왜 국제 금과 다르게 움직이나요?
국내 금 가격은 "국제 금값 x 환율"로 결정됩니다. 이번 주 국제 금이 1.9% 하락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1.6% 올라(원화 약세) 하락분의 대부분을 상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내 금은 0.9% 상승했습니다. 원화가 약해질수록 국내 금 투자자에게는 추가적인 수익 효과가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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